기름통 - 2020. 9. 17.
가난한 이의 마음은작고 붉은 뚜껑이 어딘가로 달아난 크고 육중한 기름통 속 휘발유이다
오래 방치된 그 통은 탁한 초록색으로 칠해져 있음에도 귀퉁이 한 두 군데 쯤 녹슬어 있다
구멍을 들여다 보면 기름의 검은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얼마나 남았는지 보이지도 않는데
섣불리 통을 흔들면 언젠가 출렁거렸을 맑은 기름이 깊은 어둠 속에 성내며 찰랑인다
애먼 사람들이 와서는 허락없이 구멍 안을 들여다 보고 입을 다시며 통통 치고 지나간다 바닥이 마르도록 휘발될 때까지
텅텅 치며 지나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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