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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천일염2020-09-17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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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evel 10


        천일염

                   - 2020. 7. 5.


물에 녹는 것은
사라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장화에 밟히고 넉가래에 밀리면서
살갗에 맺힐 수분도 닦아 내던 볕을 견디어
염전을 나설 수 있는 자신이 대견했다
창고에 쌓여 있던 긴 시간동안
값싸게라도 팔릴 수 있다는 자긍심은
간수와 함께 흘러나와
이젠 각진 몸뚱이만 남았다

모르는 어깨에 실려
불편한 항아리 속에서 귀를 열어 두면
갈 만한 곳 할 만한 일을
대충 다 알게 된 것만 같다

누가 말한 대의인지 알 수도 없는데
숭고한 비유에 얹혀
비린 고기와 몸을 섞을까 보냐
한움쿰 쥐어질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흘렀던 건 그래서 나의 마지막 의지

열린 뚜껑 사이로 물 끓는 소리가 들리면
너 손가락들아 나를 잡아라
계란 삶는 물이라도
나는 그저
사라지고 싶어 몸을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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