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염 - 2020. 7. 5.
물에 녹는 것은 사라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장화에 밟히고 넉가래에 밀리면서 살갗에 맺힐 수분도 닦아 내던 볕을 견디어 염전을 나설 수 있는 자신이 대견했다 창고에 쌓여 있던 긴 시간동안 값싸게라도 팔릴 수 있다는 자긍심은 간수와 함께 흘러나와 이젠 각진 몸뚱이만 남았다
모르는 어깨에 실려 불편한 항아리 속에서 귀를 열어 두면 갈 만한 곳 할 만한 일을 대충 다 알게 된 것만 같다
누가 말한 대의인지 알 수도 없는데 숭고한 비유에 얹혀 비린 고기와 몸을 섞을까 보냐 한움쿰 쥐어질 때마다 손가락 사이로 흘렀던 건 그래서 나의 마지막 의지
열린 뚜껑 사이로 물 끓는 소리가 들리면 너 손가락들아 나를 잡아라 계란 삶는 물이라도 나는 그저 사라지고 싶어 몸을 던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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