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 2020. 6. 18.
우리는 날 때부터 추락한다 떨어지려면 올라야 했겠지만 당신은 태어나기 전의 기억이 있는가
작고 가벼울 적에 나는 자란다고 생각했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믿었다 낙하는 관성이라 바람에 흩날리는 것만이 나에겐 움직임이었다
몸이 커지고야 추락중인 걸 알고 몸이 속도에 부서질 때 즈음에야 지표면이 보인다 눈에 보인다고 짐작이나 하겠나 허공에서 보낸 평생은 딛는다는 말을 모른다 준비를 떠올릴 때면 늦다 중력가속도는 각오보다 빠르다 위치도 방향도
충돌은 선택이 아니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에 내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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