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제목오랜 친구2024-12-01 16:03
작성자 Level 10

새삼 옛 일기를 읽는다.

우울은 나의 오랜 친구였구나.

사람 없는 명왕성에 앉아 

도무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울적함에 뭐라도 토해내고 싶어 일기를 폈는데

똑같은 마음이 계속 적혀 있네.

이만큼 반복됐는데 잘도 참아 왔구나.

용케 안 죽고 잘 버텨냈구나.

이번에도 잘 흘려보낼 수 있겠지.

그래도 요즘 힘든 걸 일기라도 아니면 어디다 말하나.

아무도 읽지 않는 내 일기장.

나는 내가 너무 하찮은 것 같은데

이제 더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내 자리는 이제 더 이상 필요한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여기 살아서 숨 쉬는 것이 어떤 소중한 것들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그냥 나에게, 모두에게 미안하기만 하다.

내 낡은 가면을 다시 쓰고 희망이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나는 이 가면 뒤 표정을 들킬까 겁이 난다.

나의 이야기는 새롭지 않고, 나의 노력은 대체 가능하며, 나는 제 자리에서 헤맨다.

오랜 친구만 내 곁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