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보면 웃을 일이지만 나름 공격적인, 전에 없이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명왕성을 처음 시작할 때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이후로 이렇게 대놓고 후원해 달라고 홍보한 적이 없었다. 그러면 안된다고,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그게 내 성격에 될 일인가.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자료를 만들고 이런저런 SNS에 연달아 게시물을 올려
돈 달라고 하는 것은 내게 전례 없는 일이고, 그래서 솔직히 너무너무 불편하다.
후원을 요청하는 것은 당당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고, 같은 얘기를 남의 입으로 듣기도 하지만 내 마음 한 구석에 '구걸'이라는 단어가 자리잡고 있는 탓이다.
일을 한다. 일하고 있으니 구걸이 아니다.
가치 있는 일을 한다.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안다. 아는데 오래된 무심함 속에서 자꾸 나의 일은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것 같고 무가치한 일을 하는 사람이 돈을 요구하는 것은 구걸로 여겨질 테니 나는 당당하지만 그들에게 구걸처럼 보일 것이 아닌가 싶어 마음이 편해 질 수가 없다.
그렇게 불편해진 마음은 또 자꾸 나를 탓하게 된다. 더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이야. 능력이 부족한 탓이야. 내 탓이야.
프로모션은 얼만큼의 성과를 거둘까? 나는 그 결과를 받아들고 또 나를 탓하겠지. 덮개를 뜯어 낸 박카스 상자를 들고 동전을 세면서 지하철 계단에서 일어나는 걸인으로 나를 그리고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