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제목권태2021-01-11 23:40
작성자 Level 10

이상은 시골에서 눈에 가득 들어오는 초록을 보고 단조무미하다고 했던가.

그나마 나는 겨울에 빛을 바랬더라도 먼 산의 상록수에 위로를 받는다.

그렇다 하여도 요즘의 나에겐 참 가슴 뛰는 일이 없다.

이렇게 권태로울 때면 폐인처럼 얼마간 내 속에 웅크려 제대로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며 침잠하여 살다가

부실한 몸이 금세 위기 신호를 보내면

지끈거리는 머리와 자기혐오를 들고 집 밖을 나와 제대로 살아보자고 중얼거리곤 했는데

자식들과 함께 살자니

애매하게 움직이고, 어정쩡하게 게을러져서

가라앉지도 떠오르지도 못한 채 권태 속에 부유한다.

할 일은 계속 손끝에서 머물다 제 자리로 돌아가고

나는 무엇에도 집중하지 못하고 번잡하게 여기저기 시선을 두다가

자야 해서 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