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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리밭2020-03-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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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evel 10


    보리밭
                    - 2005. 08. 17.

    보리밭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초록이 빳빳하게 털을 내밀고
    꼿꼿이 코발트색 하늘 깊숙히
    거센 고개들을 치어 든

    보리밭
    아궁이 넘실거리는 노랑이 지평선을 덮어
    허수아비도 내 어머니도
    까맣게 재를 덮어
    나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보리밭
    서툴고 섣부른 한숨으로 사잇길을 만들어
    은밀히 휘청거리던

    내 유년시절의 기억을 베어 넘긴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보리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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