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기장을 펼치는 이유가 별 거 있겠나 때 돼서 의심이 찾아 온 게지 열심히 살다가 바쁘게 살다가 힘들게 살다가 마치 내가 이루고 내가 쌓은 것 같은 그저 내가 얽혀 있던 일들 속에서 정신을 차리고 둘러 보게 된 거란 말이다 새삼 묻게 되는 거지
잘 하고 있는 건가?
주위의 사람들이 던지는 여상한 한 마디가 예사로이 들리지 않고 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얼굴을 보고 어디서부터인지 모를 변명을 시작한다 소심해서 상처받고 성마르게 분을 터뜨린다 다시 돌아보면 혼자 혼자 서 있는 것만 같다 목표라고 바라보며 열심히 달려 온 끝에 신기루처럼 아무 것도 없는 곳에 내가 아무 것도 쌓지 못한 바닥을 딛고 혼자 서 있는 것만 같다 그 바닥마저 마음 속부터 흔들려 자꾸 휘청거리는데 나는 그것이 세상이 흔들리는 것만 같다 잘 하고 있지 않는 것만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