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 - 2016. 12. 20.
물을 끓여 커피를 탄다 따뜻한 겨울 아침 창으로 깊이 들어온 햇살이 주단처럼 펼쳐지고 먼지는 그속에서 조급히 반짝거리고 초침은 재바르게 발소리를 내고 허리춤에 웅크려 턱을 괴고 자는 고양이의 수염은 숨마다 하늘거리는데 먼 데 풍경이 기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강은 흐르기와 반짝이기를 참지도 않고 오리떼는 그 위에 필사적으로 떠 있기를 쉬지 않는데 새벽을 메웠던 안개가 분주하게 비산하는 사이 외로운 커피향이 바쁘게 방을 채운다 세상이 이렇게 격렬한데 한껏 게을러도 내가 휘발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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