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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소멸2020-03-18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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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evel 10

    소멸

                   - 2016. 12. 20.


물을 끓여 커피를 탄다
따뜻한 겨울 아침
창으로 깊이 들어온 햇살이 주단처럼 펼쳐지고
먼지는 그속에서 조급히 반짝거리고
초침은 재바르게 발소리를 내고
허리춤에 웅크려 턱을 괴고 자는 고양이의 수염은 숨마다 하늘거리는데
먼 데 풍경이 기어이 커튼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다
강은 흐르기와 반짝이기를 참지도 않고
오리떼는 그 위에 필사적으로 떠 있기를 쉬지 않는데
새벽을 메웠던 안개가 분주하게 비산하는 사이
외로운 커피향이 바쁘게 방을 채운다
세상이 이렇게 격렬한데
한껏 게을러도
내가 휘발되는 것이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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