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 2003. 10. 26.
소설만 읽었다 - 별이 천정에 숭숭 보이고 머리맡의 걸레는 아침마다 쇠망치처럼 얼어있었다 어머니 목소리는 건성이었다
소설을 읽었다 - 가판대에 주름처럼 쪼그려 앉은 할머니가 두 개 천원 하는 홍옥을, 그 홍조 띤 얼굴을 팔고 있었다 주머니는 날개처럼 퍼덕거렸다
소설도 읽었다 - 또 새로 깔리는 보도 블록을 피해 돌아설 때 인부들의 욕지거리가 조각조각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외할머니는 평생 다정한 말을 모르고 사셨다
소설은, 읽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