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ibbles

제목슬픈 경주2020-03-18 00:11
카테고리짧은 글
작성자 Level 10

    슬픈 경주

                 - 2016. 3. 29.


슬픈 경주에는
낡은 의지들만 깨진 기와처럼 남았다

황룡사 옛 터는 기억하라 하지만
천 년을 살아본 적 없는 
나는 내 평생 속에서 상상한다
아홉 층으로 쌓은 空의 구현을
그 역설을 
성동시장 쭈구려 앉은 노파들의 
몇 푼을 위한 실갱이 속의 욕지거리로 그려낸다

그러면
외로운 심초석(心礎石)은 말없이 다독이는데
자격 없는 오만한 
귀족의 유령들이 부유하는 왕릉들은 공원이 되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타지의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모처럼 시주하러 내려온 부처님은 갈 곳이 없다

둥근 산 아래 기와지붕이 늘어선 경주의 풍경은
꽃과 을 세워 정물이 되고
나는 울상으로 서 있고
밤 늦도록 
스타벅스만 건재하다

댓글

(자동등록방지 숫자를 입력해 주세요)
이전그랜드캐년 Level 102020-03-18
다음호반산책 Level 102020-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