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경주 - 2016. 3. 29.
슬픈 경주에는 낡은 의지들만 깨진 기와처럼 남았다
황룡사 옛 터는 기억하라 하지만 천 년을 살아본 적 없는 나는 내 평생 속에서 상상한다 아홉 층으로 쌓은 空의 구현을 그 역설을 성동시장 쭈구려 앉은 노파들의 몇 푼을 위한 실갱이 속의 욕지거리로 그려낸다
그러면 외로운 심초석(心礎石)은 말없이 다독이는데 자격 없는 오만한 귀족의 유령들이 부유하는 왕릉들은 공원이 되고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타지의 남자와 여자들 사이에 모처럼 시주하러 내려온 부처님은 갈 곳이 없다
둥근 산 아래 기와지붕이 늘어선 경주의 풍경은 꽃과 燈을 세워 정물이 되고 나는 울상으로 서 있고 밤 늦도록 스타벅스만 건재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