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억울한가 보다. 그래서 짜증이 나고 짜증을 내는 거겠지. 뭐가 억울하냐 하면 나 혼자 하고 있다고 느껴져서 일거다.
명왕성이야 나 혼자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땀 흘려 가며 청소하고,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작은 거 하나라도 보완하려고 하는 게 억울할 게 없다.
근데 평화비는 어쩐지 억울한 느낌. 돈을 준다고 당연히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이 보이는 태도들 이름만 올려놓고 뭘 하는 지 모를 사람들 애초에 내가 시작한 일도 내가 적극적으로 업무를 맡겠다고 한 것도 아닌 일들을 몇 푼 되도 않는 돈을 받는다고 부담을 느끼는 것도 억울하고 공간을 내어 주고, 대접하는 정성을 당연시 하는 사람들도 싫고 흐지부지 하다 마는 사람 되기 싫어서 기어이 붙들고 있는 내 꼴도 우습다.
그리고 집안 일 수겸이 돌 지났을 무렵이던가 나의 아내는 무언가 속이 상했는지 수겸이 혼자 다 키웠다고 말했다. 열심히 목욕도 시키고 기저귀도 갈고 밤잠 못 자며 달래기도 했던 나는 그 말이 적잖이 실망스러웠으나 혼자 집에서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키운 시간이 압도적이었던 걸 생각하고 입을 다물고 말았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애들이 학교에 가는 시간보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고 크게 보살피는 건 아니라도 세 끼 밥 챙기고, 온라인 수업 듣나 확인하고, 수겸이가 휴대폰이나 유튜브에서 영 못 벗어나면 잔소리 좀 날려주면서 설거지하고, 청소 가끔 하고, 빨래하고, 개고, 고양이 시중들다 보면 간혹 아내가 늦는 때가 그렇게 야속할 수가 없다. 아닌 걸 알지만 어쩐지 나 혼자 하고 있다는 느낌
그러니까 그것도 어쩌면 외로움이려나. 나는 외로움을 달랠 줄 몰라 짜증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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