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이라서 시끄럽다. 읍이나 원지에 나가면 물리적 소음이 에워싸겠지만 요즘의 나에겐 휴대폰이나 PC로 둘러보는 세상 속 텍스트도 소음처럼 울린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제목만 봐도 귀가 왕왕 울리는 것 같고 습관처럼 들어간 페이스북은 락 콘서트 스피커 바로 앞자리 같다.
그 선전과 선동의 씨줄과 날줄 틈틈으로
오만한 가르침의 눈빛이 슬쩍슬쩍 비쳐 보이면 나는 진절머리가 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거칠고, 정제되지 않았으며, 심지어 어법에도 안 맞는 말들이
'내가 더 안다'는 우월감의 색을 지니고 있는 걸 보는 건 힘들다.
그래, 선거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형태변화를 완료한 전쟁이니까
전장에 나가기 전에 적의, 심지어 살의를 불사르게 만드는 언어가 필요할 수도 있겠지. 사기를 진작시키고 피를 끓게 만들기 위해
살갗을 직접 긁는 어휘와 말초적인 어구를 끌어와야 할 수도 있겠지. 큰 목소리를 대신할 만큼 강렬해야 하겠지. 그리고 어쩌면 그게 먹혀 들어가는 수단일 수도 있겠지.
근데, 어쩌나. 나한테는 아닌 걸. 나한테는 너무 시끄럽고 짜증나는 소음일 뿐인 걸.
밖에 쉬 나갈 수 있는 시기도 아닌데 온라인으로 나다니는 곳마다 시끄러우니 내 작은 화면 안의 세상도 전처럼 다 거닐기 힘들다. 소리에 갇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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