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궁이 - 2017. 12. 19.
소박한 네모 앞에 쪼그려 앉는다
얼굴이 붉어지고 가슴으로 퍼져서 서늘함에 빳빳했던 목덜미의 잔털도 따라 앉는다
사랑은 여기까지 동공은 화염에 홀려 불꽃과 함께 일렁여도 팔 한 쪽 대신 장작하나 건네며 감지하는 살의는 침입을 허하지 않는다 그래도 널 더 사랑해야 할까 네가 그은 선 뒤에서 데우고 굽고 익혀낸 것들에 고마워만 해도 될까
다시 네모 앞에 앉아 쌓인 더미에 숨통을 터주며 나는 중용과 겸양을 떠올리고 다른 나는 비겁하다 뇌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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