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선 - 2019. 11. 20.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무 일을 이야기한다 또 오랜만이 될 시간을 시작하며 지하철 역에 들어가 사람에 휩쓸려 플랫폼까지 가다 스크린 도어 앞 오돌토돌한 경계선을 밟는다 우리가 맹인이었을 때는 발바닥 아래 이 감각에 더 예민했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곳에서 이것을 밟고 다 아는 것이라 새삼스레 경계하지 않는다 나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인가 감각을 찾은 것인가 친구가 급히 다시보고 싶어져도 나는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다시 맹인이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으리라 그러면 나는 다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발바닥 아래에 둔감하던 내 감각을 그리워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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