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 말할 것도 없다. 현타는 결국 힘들 때 온다. 대체로 몸과 맘이 고루 힘들 때 온다.
해결되지 않고 있는 집 문제가 커다랗게 자리잡은 머리 속에 해야 할 일들이 마감이 다가올수록 가시처럼 자라난다. 여유 공간이 없으니 이 가시들이 찔러대는 통에 머리를 움켜 쥐고 있다 보면 불쑥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뭐 대단한 걸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누가 강요하지도 않은 대의명분을 나는 짊어지고 허덕거리고 있다. 배우고 알게 되면서 점점 커진 이 짐을 물끄러미 보고 있자니 나는 천로역정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싶고 풍차에게 덤벼 드는 돈키호테가 되지 못할 만큼 제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이 버겁다.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 자꾸 내가 뭘 하기를 기다리고 있나?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나는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기대는 것이 미안한데 어쩐지 나는 그냥 원래 그런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훌쩍 도망치고 싶은데 평생 살아야 할 것 같은 집으로 이사와 버렸네. 어떡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