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오면서 줄리를 잃었다. 문도 채 달리지 않은 집에 적당히 박스로 입구를 막고서 다용도실에 풀어두었더니 좁은 창의 방충망을 찢고서 뛰어내렸다. 별 수 없이 이사는 해야 했고 뒷정리도 또 한참이라 다 내려두고 줄리만 찾아 다닐 수는 없었다.
공사는 여전히 진행중이고 연말이 다가오면서 할 일은 너무 많아지는데 이래저래 새 집은 만족스럽지만 줄리가 없어서 나는 공허하기도 하고 그 때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면서 자책하다가 또 잊은 듯이 사는 내가 뻔뻔해 보이기도 했다.
3일 전 줄리같은 그림자를 보았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 근처에서 천천히 운전하며 오다가 줄리와 눈을 마주쳤다. 나는 차를 세우고 창을 열어 줄리를 불렀고 줄리는 여리게 대답하고 잠시 머뭇거렸다. 내가 차에서 내려 다가갔더니
문득 겁이 났는지 어설픈 종종걸음으로 풀섶으로 숨어 버렸다. 아내를 불러 함께 그 앞에서 머물며 기다리다가 쯧쯧쯧 하고 혀를 차면서 줄리를 불렀더니 소심하게 대답한다. 몇 번 더 부르며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괜찮아 하면서 불렀더니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다가왔다. 덥썩 안아서 집으로 데려 왔더니 불안해 하긴 했지만 허겁지겁 사료를 먹었다.
그제야 우리는 새 집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그 때는 일기를 써야지 하면서도 쓰지 못했다. 만족스러워서, 행복해서, 즐거워서 못 쓰고 잤다.
이제야 일기를 쓰는 건 다시 힘들고 불안하고 막막해서겠지. 일기는 그럴 때 쓰게 된다. 겁이 난다. 나는 잘 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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