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제목여리야2021-07-05 13:17
작성자 Level 10

비가 제법 오는 날이었는데

너는 많이 먹지도 않은 사료를 게워 내고선

조금 있다가 한 번,

또 조금 있다가 한 번,

물 밖에 나오지 않는데 힘겹게 토했지.


그렇게 열 번을,

말 그대로 열 번을 토하고 나서

바람을 쐬고 싶었던 걸까

창 밖을 보며 울길래

거실 창을 열어 주었더니 너는

한참을 비 오는 창 밖을 보고 있었어.

나가지도 않고  서 있기에

창을 닫고 누웠는데

그 밤

너는 기어이 산책을 나간 모양이더라.


비가 그치고

하루를 보내고

다시 한 나절이 지나도 네가 돌아오지 않아서

네가 갈 법한 곳들을 둘러보면서 불렀는데

귀에 익은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다시 들어왔어.

앉아 있으려니

여리야

너는 그날 밤 뭘 보고 있었니

무슨 생각을 했니

하고

자꾸 궁금해진다.


잘 먹지 못하고 자꾸 약해져 가는 걸 보면서

내 맘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너무 갑작스럽기만 하네.

비가 다시 오는데

여리야

나는 너무 무섭고 슬퍼.

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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