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제법 오는 날이었는데 너는 많이 먹지도 않은 사료를 게워 내고선 조금 있다가 한 번,
또 조금 있다가 한 번, 물 밖에 나오지 않는데 힘겹게 토했지.
그렇게 열 번을, 말 그대로 열 번을 토하고 나서 바람을 쐬고 싶었던 걸까 창 밖을 보며 울길래 거실 창을 열어 주었더니 너는 한참을 비 오는 창 밖을 보고 있었어. 나가지도 않고 서 있기에 창을 닫고 누웠는데 그 밤 너는 기어이 산책을 나간 모양이더라.
비가 그치고
하루를 보내고 다시 한 나절이 지나도 네가 돌아오지 않아서 네가 갈 법한 곳들을 둘러보면서 불렀는데 귀에 익은 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서 다시 들어왔어. 앉아 있으려니 여리야 너는 그날 밤 뭘 보고 있었니 무슨 생각을 했니 하고 자꾸 궁금해진다.
잘 먹지 못하고 자꾸 약해져 가는 걸 보면서 내 맘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너무 갑작스럽기만 하네. 비가 다시 오는데 여리야 나는 너무 무섭고 슬퍼. 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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