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생처음은 아니지만 안경을 맞추고 종일 쓰고 있자니 하루가 시시콜콜 너무 다르다.
안경을 처음 쓰면 적응하느라(특히 나처럼 짝눈인 사람은 더!) 고생을 한다던데 고생까지는 모르겠으나 묘하게 테이블이 경사진 것처럼 보인다든지, 주변 시야가 왜곡돼 보인다든지,
아래를 내려다보면 바닥이 미묘하게 솟아올라 보이는 것들이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반면에 글자가 더 선명해 보이고, 사물의 질감이 더 또렷하게 보여서
갑자기 고화질 버전으로 세상을 만나는 느낌인 것은 나름 즐길만 하다.
안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이런 감각들이 무뎌진다는 뜻이겠지. 마스크를 쓰면 안경에 김서림이 생겨서 답답한 것도,
가벼운 안경테를 골랐음에도 귀와 코가 무게감을 느끼는 것도, 옆을 바라볼 때 눈만 돌릴 수 없게 된 것도 예전엔 몰랐던 것들. 지나치다 어딘가에 비친 내 모습이 낯선 것도 시간이 지나면 무심해 질 수 있을까?
늘 안경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참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살았겠구나. 그들이 하는 안경과 관련된 행동들 - 집중할 때 안경을 고쳐 쓰거나, 김서림이나 먼지 때문에 안경을 닦거나 하는 -이 언제부터 그렇게 자연스러웠을까? 언제부터 신경쓰지 않고 무심하고 기계적인 절차가 몸에 익게 되었을까?
언젠가 장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모두가 장애를 갖고 있다며
"여기 안경 끼신 분들은 다 시각 보조기구를 사용하고 계신 거잖아요?" 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 '시각 보조기구'를 직접 착용하게 되니 그 단어의 인식은 그대로인데 느낌이 다르다. 새삼 나의 '장애'를 깊이 체감해 본다.
어서 적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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